[수기공모전 우수상] 자녀 컴퓨터 사용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최근 들어 큰 아이의 컴퓨터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나니 좋아하는 놀이 유형도 달라진데다가 컴퓨터 활용 능력까지 향상이 된 덕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서,

컴퓨터를 이용 시간에 제한을 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던 때에

우연히 중요한 통계 자료 하나를 읽게 되었다.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였는데,

우리나라 인터넷 중독자 가운데 40%가 초·중·고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우리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우리 아이도 인터넷 중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조건 컴퓨터를 금지시킬 수도 없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학교 과제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대안을 따져보던 중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내어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기로 결심했다.

컴퓨터 사용에 대한 여러 가지 통계를 활용한다면 합리적인 근거가 마련될 것이고, 아이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생각했다.

제일 먼저 참고한 통계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통계였다. (수록기간 2013)

자료를 분석해보니 <컴퓨터 사용여부>에서 남녀 청소년 모두 컴퓨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한 정보화 시대를 너머서 스마트 시대로 도약한 요즘, 컴퓨터를 이용 못하게 하는 것보다

현명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사용장소>의 통계를 보니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우리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을 집에서 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올바른 컴퓨터 사용 능력을 함양할 수 있게끔 집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아이에게 바른 컴퓨터 사용 능력을 길러줄 것인가. 고심 하던 중

<컴퓨터 이용빈도>의 통계 자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컴퓨터 이용빈도> 통계 자료는 공부 및 학습 관련 정보 검색 및 사이트를 이용했느냐, 아니면 학습 이외의 정보검색 및 자료를 이용했느냐, 즉 컴퓨터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나뉘어진 통계 자료였다.

이 자료를 기준 삼아 우리 아이의 컴퓨터 사용 목적에 따른 사용 빈도를 조사해보았다.

6월 8일부터 6월 21까지 2주 동안 우리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을 분석해 본 것이다.

학습관련 이용 시간과 학습 이외의 시간을 나누어보았더니, 우리 아이의 컴퓨터 사용 빈도는 주중과 주말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 뚜렷한 차이를 좀 더 잘 살펴보기 위해 컴퓨터 사용 목적에 따른 총시간과 평균 시간을 그래프로 나타내어 보았다.

컴퓨터 사용 목적에 따른 시간을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더니, 우리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평일에는 학습을 위해 이용하는 시간과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의 양이 비슷한 데에 비해, 주말에는 학습을 위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학습 외적인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말에 학습 외적인 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은 다른 항목의 사용 빈도에 비해 월등한 시간의 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토대로 해서, 우리 아이가 학습 외적인 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다. 막연하게 감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대신 이번에도 구체적인 통계의 방법을 활용했다. 6월 22일부터 6월 28일까지 아이가 학습 외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걸 관찰하고, 구체적인 사이트 이름을 분석하여 분류를 해보았다.

날짜별 구체적인 검색 내용 및 시간을 표로 나타내어 보았더니, 우리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내용에도 특징이 드러났다. 이 특징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위 표를 그래프를 이용해 분석해 보았다.

학습 외 컴퓨터 사용 내용을 그래프로 나타내었더니, 평일과 주말을 나눌 수 있을만한 큰 특징이 나타났다. 평일에는 학습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의 내용들이 카페, 블로그 방문의 항목만 조금 높을 뿐 전반적으로는 모든 항목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말 학습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 내용에서는 게임이 70%에 육박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프를 통해 분석해 본 결과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평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나 구체적인 내용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진짜 문제는 주말 학습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 시간 및 내용이었다. 주말에는 학습 외의 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 더군다나 그 대부분의 시간이 게임에 사용되고 있었다. 주말, 많은 시간을 게임으로 보낸다는 문제를 찾았내었니, 그 다음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차례였다. 평일에는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가 주말에 게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는 게 시급했다.

우선 우리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빈도 및 내용들을 나타내주는 표와 그래프를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표와 그래프를 보는 아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엄마가 저한테 이렇게나 관심이 많았어요? 저는 엄마가 제가 하는 일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엄마는 늘 바쁘시잖아요. 식사 .준비하시고 청소하시고, 설거지 하시고……. 특히 동생 돌보느라 늘 바쁘시잖아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하는 아이의 말 속에서 아이의 외로움이 묻어났다. 아이의 말을 듣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가 서운할 만했던 게 수긍이 가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갈구하던 아이는 엄마의 일에 밀려나고 동생에게 밀려났던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말을 걸 때마다 ‘엄마 하던 일 끝나면.’ ‘지금은 동생 돌봐주어야 해.’라는 말들을 들어왔던 것이다.

“그랬구나, 그동안 우리 원이가 많이 속상했었겠구나.”

나는 동생을 잠시 내려놓고 큰 아이를 안아 주었다. 다 컸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아주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나서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원이는 왜 주말에만 게임을 많이 하는 걸까?”

“평일에는 할 일들이 많잖아요. 학교에도 가고, 태권도도 다녀오고, 숙제도 있고요. 또 학교 끝나고 친구들하고도 많이 놀잖아요.”

아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주말에는 시간이 나서 엄마랑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엄마는 늘 바쁘다고 하고…….”

“원아, 엄마랑 뭘 해보고 싶은데?”

“엄마랑 같이 블로그 만들고 싶어요. 요즘에는 내 친구들도 블로그 많이 만들어요.”

그렇게해서 나와 큰 아이는 블로그를 만들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다가 키우기도 했다. 블로그에 장수풍뎅이 키우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내용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 올리고, 글도 함께 작성했다. 신기하게도 함께 블로그를 만들어가면서 아이는 게임에 손도 대지 않았다. 심지어 블로그에 학습자료를 싣겠다며 학습에 열의를 보이기까지 했다. 방문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간혹 달리는 댓글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여겼던 어느 날이었다. 블로그 방문자 중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 한 명이 게임 관련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그 뒤로 종종 우리 블로그에 들어와 게임 관련 댓글을 남겼는데, 그 뒤로 게임에 관심이 많은, 더 많은 블로거들이 우리 블로그를 방문했다.

정말 이상했다. 나와 우리 아이가 만든 블로그에는 게임과 관련된 글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해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는지 영문을 몰랐다. 게다가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던 사람들이 관심을 두던 게임은 초등학교 아이가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니었다. 그때 블로그 화면 상단 좌측에 ‘통계’라는 글자가 눈에 쏙 들어왔다. 나는 통계에 마우스를 대고 얼른 클릭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블로그와 관련된 각종 통계 자료가 눈앞에 펼쳐졌다.

블로그의 통계 자료를 분석해보니, ‘트랜스포머 게임’이라는 단어가 블로그 유입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블로그의 글들을 샅샅이 살펴보니, 트랜스포머 게임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글귀 중에 ‘트랜스포머 게임’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글이 있었고, 그것에 연관되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방문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통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와 큰 아이는 글귀에서 ‘트랜스포머 게임’이라는 내용을 얼른 지우면서 글 내용을 수정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뚝 끊긴 것이었다.

이렇듯 나는 우리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통계를 기반으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지극히 주관적으로만 보이는 아이 양육의 문제들도 객관적인 통계를 풀어봄으로써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소해 보여서 놓치기 쉬운 생활 습관들도 통계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에 대처하는 올바른 부모의 자세는, 감정을 먼저 앞세우는 게 아님도 깨달았다.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서부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그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위기에 접근할 때 더 빛나는 사랑과 신뢰가 싹틀 수 있다.

[출처] [수기공모전 우수상] 자녀 컴퓨터 사용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작성자 통계청

http://blog.naver.com/hi_nso/22048953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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