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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입법 요구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

제일컴퓨터 2014. 8. 28. 20:13

한승헌 전 감사원장 강연서 주장
‘세월호 3자협의체’ 거부하는 새누리 논리에 반박
“법치는 국민 권리 보장 위한 사상 위정자 통치수단 삼아선 안돼”
“여권이 주권자인 유가족, 국민 각계가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입법권 침해’라고 우기고 있다.

이는 입법권의 기본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망각한 언사다.

국회에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국민의 엄연한 권리다.”
법조계 원로 한승헌(80·전 감사원장) 변호사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해 일갈했다.

26일 오후 고려대 문과대학연구소협의회(의장 조대엽 교수·사회학)가

제1회 ‘사회인문포럼 선우’에서 한 법치주의에 대한 강연에서다.
이날 한 변호사는 여·야·유족들로 이뤄진 ‘3자 협의체’ 구성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입법권 침해, 대의민주주의의 침해라는 여권의 말은 망언이고, 유가족을 비방 매도하는 ‘정치적 과잉경호’가 오히려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참사의)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청와대, 정부에 유리하도록 특별검사

선출을 맡기는 것은 공정한가, 과연 어떤 방식이 철저한 진상규명에 더 합당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을

다짐하고 이제 와서 국회가 처리할 문제라고 하는 건 배신”이라며

“여권 또한 매사 국정 최고책임자 눈치를 보고 회피 일변도로 나가는 이상,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유가족들이 직접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특별법에 앞서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을 언급하며

“산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 흥정하는 입법이 아니라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건의

진상과 책임을 밝혀 집단 참사와 국가 재난을 예방하자는 입법이다.

그 절실함, 통렬함, 절박함을 덮으려는 어떤 언동도 반인륜적이며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질문인 ‘법치주의’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지배자의 통치수단으로 법치주의가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치주의의 본질은 정치권력이 법의 근거와 절차에 따라 제약을 받는 국가체제”라며 “근대 이후 ‘법치’는 하향적 지배 기능이 아닌 상향적 견제 기능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립되었다”고 설명했다.

“민주체제 아래에서는 ‘지배자의 준법’이 우선하지만, 억압체제 아래에서는 ‘피지배자의 준법’을 앞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1948년 제헌 이래 ‘법치 파괴’는 날치기 등으로 ‘형식적 법치주의’를 어기고,

내용상으로도 국가안보·질서유지·공공복리 등을 빌미 삼아 국민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이익 때문에 훼손되었고 피지배자의 저항으로 회복되었다”는 얘기다.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도 법치주의 훼손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들이 ‘죄인’이라고 감옥에 보낸 피고인들의 저항 덕분이라

매우 역설적이고 민망한 일면이 있다”고 한 변호사는 강조했다.

법치주의의 정립을 위해 사법부는 정치적 ‘외풍’뿐 아니라 법원 내부 간섭이나 청탁 등 ‘내풍’과 ‘전관예우’의 관행도 배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또 “검찰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고수하고, 특히 집권세력의 이해가 걸린 사건에서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법의 지배’란 입법자도 지배하고 최고통치권자도 지배하는 것”이라며

“법치주의 또는 법과 원칙을 내세워 ‘묻지마식 밀어붙이기’ 등 독재를 꾀하는 지도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특히 “기대하기 어려운 ‘셀프 개혁’을 타율화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도록 국민의 민주 역량 배양과 강한 압력이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연 말미, 팔순의 노변호사는 작심한 듯 다시 세월호 특별법 얘기를 강조했다.

“대통령이 여야와 국회에 해법을 미루고 방관하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다.

대통령이 최근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는 정당과 개인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돌려주겠다. 제발 명심하고 사태를 풀어달라.”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